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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관 속 기름, 간(肝)에도 쌓인다"… 이상지질혈증과 지방간, 함께 오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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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지질혈증은 흔히 '혈관의 문제'로만 인식되기 쉽다. 하지만 혈액 속을 떠도는 과도한 지질(기름)은 혈관에만 머물지 않고, 결국 간(肝)으로 흘러들어가 축적된다. 지방이 과도하게 쌓인 간은 제 기능을 잃고, 다시 혈액 속으로 중성지방을 뿜어내며 혈관 건강을 악화시킨다. 이 때문에 임상 현장에서는 이상지질혈증 환자가 지방간을, 지방간 환자가 이상지질혈증을 앓는 '상호 동반'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전문가들은 두 질환이 발병 기전부터 치료법까지 공유하는, 사실상 '한 몸'과 같다고 설명한다.

소화기내과 이재준 교수(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는 "두 질환의 발병 기전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만큼, 하나의 대사 질환으로 보고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 가지 질환이 진단됐다면 나머지 질환의 동반 여부도 확인할 것을 권한다"고 전했다. 이 교수와 함께 두 질환의 연결고리와 치료 및 관리법에 대해 알아본다.

인슐린 저항성이 부른 '대사 붕괴'…지방간·고지혈증 유발
지방간과 이상지질혈증은 언뜻 보면 간과 혈관이라는 서로 다른 영역의 문제 같지만, 그 뿌리에는 '인슐린 저항성'과 '지방 대사 이상'이라는 공통된 병태생리가 자리 잡고 있다. 인슐린 저항성이란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이 제 기능을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 시스템이 고장 나면 우리 몸의 '지방 저장고'인 지방세포가 문을 열어버리고, 그 속에 저장돼 있던 지방산이 통제 없이 쏟아져 나와 혈액을 떠돌게 된다. 이때부터 혈관과 간의 '대사 붕괴'가 시작된다.

이재준 교수는 "혈중 중성지방이나 ldl 콜레스테롤이 증가하는 상황에서는, 기름의 찌꺼기인 유리지방산이 말초 지방조직에서 과도하게 방출되고 이들이 간으로 유입된다"며 "간은 밀려드는 지방산을 처리하기 위해 중성지방을 합성하게 되는데, 이것이 간에 쌓이면 '지방간'이 되고 혈액으로 나오면 '이상지질혈증'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간 내 지방 침착은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 반응을 일으켜, 단순 지방간을 심각한 '지방간염'으로 악화시키는 도화선이 된다"고 경고했다.

임상적으로도 두 질환의 동반 발병률은 매우 높다. 특히 복부 비만, 고혈압, 당뇨병 등을 동반한 대사증후군 환자군은 지방간과 이상지질혈증이 '세트'처럼 따라다닌다. 이 교수는 "대사증후군 환자의 경우 50% 이상에서 지방간이 동반되는 것으로 보고되며, 이상지질혈증 환자에서의 지방간 동반 비율도 이와 유사한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대로 지방간 환자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는 이상지질혈증이 70% 이상 동반된다는 보고도 있는 만큼, 두 질환 간의 연관성은 매우 강력하다"고 덧붙였다.

증상 없다고 방치했다간… 심혈관 질환·간경화 위험↑
가장 큰 문제는 두 질환 모두 초기에는 뚜렷한 자각 증상이 없다는 점이다. 통증이나 불편함이 없다는 이유로 치료를 미루다 보면 전신적인 합병증을 피하기 어렵다. 이상지질혈증은 동맥경화를 통해 뇌졸중과 심근경색을 부르고, 지방간은 간경화와 간암의 씨앗이 된다. 이재준 교수는 "증상이 없다고 해서 질환이 가볍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치료 없이 장기간 방치할 경우 전신적인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지방간 환자의 경우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약 1.5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이 교수는 "이는 지방간 자체가 전신 대사 이상과 염증 상태를 반영하는 질환이기 때문"이라며 "전체 지방간 환자 중 약 5~10%는 장기 추적 시 간경화로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치료는 통합적으로 접근해야…"스타틴 처방, 간(肝)에도 안전"
지방간과 이상지질혈증이 함께 진단되면 두 질환을 서로 분리해서 접근하기보다는 하나의 대사 질환 스펙트럼으로 관리해야 한다. 우선 이상지질혈증의 경우, 심근경색이나 뇌졸중과 같은 심혈관 합병증의 위험을 낮추기 위해 스타틴(statin)과 같은 지질강하제를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재준 교수는 "과거에는 지방간 환자에서 스타틴 사용을 주저하던 시기도 있었으나, 현재는 다수의 연구를 통해 스타틴이 지방간 환자에서도 안전하며, 오히려 간 수치 개선이나 간 내 지방 축적의 일부 호전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이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상지질혈증과 달리 지방간의 경우 아직까지 공인된 치료제가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지방간 치료는 기본적으로 체중 감량과 대사 이상 교정이 핵심이 될 수밖에 없으며, 이 과정에서 이상지질혈증 치료가 병행되어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이 교수는 "임상적으로 두 질환 중 하나를 선택해 먼저 치료하기보다는, 이상지질혈증에 대한 약물 치료를 포함하여 생활습관 개선을 병행하는 '통합적 접근'이 권장된다"고 덧붙였다.

체중 줄이면 간·혈관 동시 호전…"이상지질혈증 있다면 간 검사 권장"
이상지질혈증 조절을 위한 약물 치료는 필수적이지만, 그것만으로 간에 쌓인 지방까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근본적인 대사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철저한 생활 습관 교정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생활 속 관리의 핵심은 단연 체중 감량이다.

이재준 교수는 "전체 체중의 5~10% 정도만 감량하더라도 혈중 지질 수치뿐 아니라 간 내 지방 축적이 의미 있게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총 칼로리 섭취를 줄이고, 단 음료나 정제 탄수화물 위주의 식습관을 피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체중 관리와 더불어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바로 '선제적 검사'다. 이상지질혈증 환자라면 당장 간 수치에 이상이 없더라도 지방간 여부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이 교수는 "이상지질혈증 환자분들 중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는데 굳이 간 검사를 해야 하나요?'라고 묻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상지질혈증이 있다는 것은 이미 체내 지방 대사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에, 간에도 지방이 축적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한 번쯤은 간 수치 검사나 복부 초음파 등을 통해 지방간 여부를 확인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교수는 "이러한 검사는 단순히 간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는 차원을 넘어, 향후 심혈관 질환과 간 질환의 위험을 함께 평가하고 관리하기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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